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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키프·루디 0.2 — 게임 회사가 K팝 AI 채팅과 로봇 AI를 같은 날 꺼낸 이유

크래프톤이 11월 2일 K팝 AI 캐릭터 챗 '키프'를 출시하고 로봇용 AI '루디 0.2'를 공개했습니다. 두 사업이 '상호작용 AI'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 캐릭터 챗 시장의 숫자, 이용자·개발자·투자자가 확인할 것을 정리했습니다.

크래프톤이 2026년 11월 2일 두 가지를 한꺼번에 내놓았습니다. 하나는 K팝 팬이 아티스트가 만든 AI 캐릭터와 대화하는 모바일 앱 '키프(Kiff)', 다른 하나는 사람의 말과 몸짓을 읽고 협력하는 로봇용 AI 시스템 '루디(Ludi) 0.2'입니다. 겉보기엔 전혀 다른 사업 같지만, 회사는 둘 다 "사람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는 상호작용 AI"라는 한 줄로 묶습니다. 게임 회사가 AI 회사로 바뀌는 과정을 하루에 압축해 보여 준 셈이라, 오늘은 이 소식을 조금 깊게 풀어 보려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키프 — 크래프톤이 직접 개발·운영하는 K팝 AI 캐릭터 챗 서비스입니다. 11월 2일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 첫 참여 아티스트는 어트랙트 소속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입니다. 공식 캐릭터 '웨니'의 성격 설정과 외형 개발에 멤버들이 직접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 대화 방식은 둘입니다. 텍스트 중심의 '채팅 모드'와, 인사하면 캐릭터가 손을 흔드는 식으로 화면 속 캐릭터가 반응하는 '캐릭터 모드'.
  • 캐릭터는 이용자의 취향과 이전 대화를 기억해 다음 대화에 반영하고, 먼저 말을 걸거나 아티스트 소식을 전합니다. 하루 대화를 그림일기로 정리해 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 만 14세 이상, iOS·안드로이드, 한국어로 제공됩니다. 하루 일부 대화는 무료이고 월 3,900원 구독이면 무제한입니다. (무료 횟수의 정확한 조건은 매체마다 표현이 달라, 앱에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루디 0.2 — 크래프톤의 로보틱스 연구법인 루도 로보틱스가 10월 30일(현지시간) 미국 UC 버클리에서 열린 '2026 베이지역 로보틱스 심포지엄(BARS)'에서 공개했습니다. 발표는 이강욱 크래프톤 최고AI책임자(CAIO) 겸 루도 로보틱스 CTO가 맡았습니다.

  • 지난 8월 공개한 루디 0.1의 후속입니다. 0.1은 대화와 추론을 맡는 비전언어모델(VLM, 카메라 영상과 글을 함께 이해하는 모델)에 이동·물체 조작 기능을 붙인 시스템이었습니다. 음성 지시를 알아듣고, 모호하면 되묻고, 음료를 가져오던 중 "다른 걸로"라는 말이 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꿉니다.
  • 0.2는 다섯 영역을 고도화했다고 합니다. 사람의 의도·피드백·사회적 신호에 반응하는 '사회적 지능', 상황이 바뀌어도 맥락을 유지하는 기억·추론, 이동·조작·상호작용의 연계, 제스처 이해, 정해진 환경에서의 더 부드러운 움직임.
  • 같은 날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본사 연구소를 공식 개소했고, 서울 오피스와 함께 연구 거점으로 쓴다고 밝혔습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루도 로보틱스 CEO 겸임)는 "20년 가까이 게임으로 실시간 상호작용 가상 세계를 구현해 왔다"며, 그 경험으로 현실에서 사람과 협력하는 로봇 AI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배경 — 어디서 이어진 흐름인가

크래프톤은 2025년 10월 23일 사내 소통 프로그램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스스로를 'AI First' 회사로 선언했습니다. 에이전틱 AI, AI 워크플로 자동화, AI 연구개발, 게임 내 AI 서비스 강화가 네 축이었습니다. 그 전부터 엔비디아와 함께 만든 '함께 플레이하는 캐릭터(CPC)' 기술, 배틀그라운드 안에서 같이 싸워 주는 'PUBG 앨리'가 있었습니다. 게임 안의 NPC를 사람처럼 반응하게 만드는 연구가 먼저였던 겁니다.

올해 3월에는 김 대표가 로보틱스 자회사 루도 로보틱스의 CEO를 겸직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8월 루디 0.1, 10월 말 루디 0.2로 이어졌습니다. 키프도 같은 뿌리입니다. 박재민 크래프톤 AI Frontier Div. 본부장은 "게임 속 캐릭터가 이용자와 자연스럽게 소통하도록 만드는 AI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고 했습니다. 즉 순서는 이렇습니다. 게임 속 캐릭터 → 폰 속 캐릭터(키프) → 몸을 가진 캐릭터(루디). 연구 대상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존재'라는 점은 그대로이고, 그 존재가 사는 곳만 바뀌었습니다.

크래프톤 상호작용 AI의 확장 순서 (회사 발표 기준)

  1. 게임 속 캐릭터CPC · PUBG 앨리 — 게임 안에서 사람처럼 반응하는 동료
  2. AI First 선언2025-10-23 사내 라이브 토크
  3. 루디 0.12026-08 — VLM + 이동·조작 결합
  4. 루디 0.2 · 키프2026-10-30 BARS 공개 · 2026-11-02 국내 출시
  5. 루디 1.0 (개발 중)인식·대화·행동을 한 모델로

핵심 짚어 보기

왜 하필 K팝 캐릭터 챗인가

한국에서 AI 캐릭터 챗은 이미 '시간'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AI 앱입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집계한 2026년 2월 자료를 보면, 스캐터랩의 '제타'가 월 총 사용시간에서 챗GPT를 두 배 이상 앞섭니다. 이용자 수는 챗GPT가 훨씬 많은데도 말이지요.

2026년 2월 AI 챗봇 앱 총 사용시간 (한국)

제타
11,341 만 시간
챗GPT
5,047 만 시간
크랙
988 만 시간
그록 AI
293 만 시간
퍼플렉시티
136 만 시간
출처: 와이즈앱·리테일·굿즈, 2026년 2월 AI 챗봇 앱 사용 현황 (파이낸셜뉴스 2026-03-10 보도)
표로 보기
만 시간
제타11,341 만 시간
챗GPT5,047 만 시간
크랙988 만 시간
그록 AI293 만 시간
퍼플렉시티136 만 시간

도표에서 볼 것은 '정보를 묻는 AI'와 '관계를 맺는 AI'의 체류 시간 차이입니다. 캐릭터 챗은 한 번 열면 오래 머뭅니다. 크래프톤은 여기에 두 가지를 얹었습니다. 하나는 공식 IP — 팬이 만든 비공식 캐릭터가 아니라 아티스트가 직접 만든 캐릭터라는 점. 다른 하나는 게임 회사의 캐릭터 기술 — 텍스트만이 아니라 화면 속 캐릭터가 몸짓으로 반응하는 '캐릭터 모드'입니다.

루디가 노리는 것 — '사회적 지능'

로봇 AI 분야에서 많은 회사가 '손재주'(물건을 집고 옮기는 조작)를 겨룹니다. 루도 로보틱스는 대신 사회적 지능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사람이 손짓하면 알아채고, 중간에 마음이 바뀌면 따라오고, 모호하면 되묻는 능력이지요. 게임 회사로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NPC가 플레이어의 의도를 읽고 반응하게 만드는 일은 20년 동안 해 온 일이니까요. 다만 이번 발표는 데모와 방향 설명에 가깝습니다. 성능 수치, 어떤 로봇 하드웨어에 올렸는지, 상용화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숫자 — 돈이 얼마나 드는가

이번 발표에는 투자 금액이 없습니다. 대신 참고할 숫자가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2025년 3분기 실적 발표 때 약 1천억 원 규모의 GPU 클러스터(엔비디아 B300) 구축을 2026년 상반기 가동 목표로 밝혔고, SK텔레콤 컨소시엄을 통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증권가가 보는 2026년 3분기 전망(CEO스코어데일리 10월 30일 보도 기준)은 매출 1조1,268억 원(전년 대비 +29.4%), 영업이익 2,800억 원(-19.7%)입니다. 매출은 커지는데 신작 개발·마케팅 비용으로 이익은 줄어든다는 그림이고, AI 투자도 그 비용 안에 있습니다. 실제 실적은 아직 발표 전입니다.

다른 시각과 한계

캐릭터 챗의 그늘. 이 시장은 성장만큼 이용자 보호 문제가 큽니다. 제타는 2026년 9월 말 기준 MAU 148만 명 중 19세 이하가 38만 명이라고 밝혔고, 청소년 하루 기본 이용시간 3시간·월 결제 한도 10만 원을 연내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안전 모드에서도 부적절한 대화가 우회 생성된 사례가 확인됐다는 점검 결과도 보도됐습니다. 해외도 같습니다. Character.AI는 2025년 10월 29일 18세 미만의 자유 대화를 11월 25일까지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키프는 14세 이상 가입이고 '아티스트가 만든 공식 캐릭터'라 범위가 좁지만, 팬심이 과몰입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같습니다. 크래프톤이 어떤 보호 장치를 두는지는 이번 발표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K팝 팬덤의 반응. 아이돌을 AI로 만드는 시도는 전에도 있었고, 팬들의 반발을 산 사례도 있었습니다. 키프는 '본인 AI'가 아니라 멤버가 만든 별도 캐릭터라는 점이 다르지만, 팬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이제부터입니다. 첫 파트너가 한 팀뿐이라는 점도 아직은 실험 단계임을 보여 줍니다.

로봇 AI의 과장 가능성. '사회적 지능'은 데모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보이는 영역이면서 측정이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0.1에서 0.2로 무엇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비교 수치가 없으니, 지금은 "회사가 이 방향으로 간다" 이상으로 읽지 않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 K팝 팬·일반 이용자: 무료 대화로 먼저 써 보고 구독은 나중에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대화 기억 기능이 있다는 건 내가 한 말이 서버에 남는다는 뜻이니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한 번 읽어 두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자녀가 있다면 이용 시간을 같이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 개발자·앱 만드는 사람: 크래프톤이 캐릭터 챗에 '기억'과 '먼저 말 걸기', '그림일기'를 넣은 건 체류와 재방문을 설계한 결과입니다. 작은 앱에서도 '기억해 주는 경험'이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배울 거리가 있습니다. 반대로 이용자 보호(연령·시간·결제 한도)는 처음부터 설계에 넣어야 한다는 교훈도 이 시장이 먼저 치르고 있습니다.
  • 투자자: 이번 발표는 매출을 바로 바꾸지 않습니다. 확인할 것은 11월 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관련 비용과 키프 지표를 언급하는지, 그리고 키프의 참여 아티스트가 늘어나는 속도입니다.
  • 엔터테인먼트 업계: '아티스트가 만든 공식 AI 캐릭터'라는 포맷이 자리 잡으면 IP 계약의 새 항목이 됩니다. 수익 배분과 캐릭터 소유권이 어떻게 정해지는지가 뒤따라 나올 질문입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 크래프톤 2026년 3분기 실적 발표 (11월 초로 예상되나 정확한 날짜는 미확인) — AI 투자와 키프 언급 여부
  • 키프의 두 번째 참여 아티스트와 해외 서비스 일정 (회사는 "순차 확대"라고만 밝힘)
  • 루디 1.0 — 환경 인식·대화·물리적 행동을 한 모델로 합치는 파운데이션 모델의 공개 시점 (미정)
  • 국내 AI 캐릭터 챗 이용자 보호 규칙 — 업계 자율 가이드라인과 제도 논의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맺음

게임 회사가 로봇을 한다는 소식보다, 저는 "게임 속 캐릭터·폰 속 캐릭터·몸을 가진 캐릭터"를 한 줄로 꿰는 설명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혼자 앱을 만들다 보면 기능 하나하나를 따로 보게 되는데, 큰 회사는 '우리가 잘하는 것 하나'를 정해 두고 그것을 다른 그릇에 옮겨 담더군요. 저도 제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줄로 적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AI 캐릭터와 대화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기억해 주는 AI가 반가우셨는지, 조금 부담스러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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