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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 며칠 빠뜨렸다면,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흘 빠뜨린 루틴은 끝난 게 아닙니다. 다시 시작하는 자리는 1일이 아니라 어제 멈춘 자리라는 이야기.

블리 그림 — 물한잔마시기

루틴을 며칠 빠뜨렸다면, 처음부터 다시 할 필요가 없습니다. 멈춘 자리에서 그냥 이어 가면 됩니다. 그동안 쌓은 날들은 어디로 가지 않았으니까요.

왜 "처음부터"라는 말이 먼저 떠오를까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다 보면 빈칸 하나가 유난히 크게 보입니다. 스무 날을 채웠어도 비어 있는 사흘이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러면 마음이 이렇게 말합니다. "망했다, 다시 1일부터."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그 스무 날은 사라진 게 아닙니다. 사흘 쉬었다고 아침에 물 한 잔 따르던 손이 그걸 잊어버리는 것도 아니지요. 사라진 건 숫자뿐입니다.

연속 기록은 도구이지 성적표가 아니다

연속 일수는 원래 나를 도우려고 만든 장치입니다. 오늘도 했구나, 하고 스스로 알아보려고요. 그게 어느새 나를 평가하는 점수가 되어 버리면, 도구가 주인 자리에 앉은 셈입니다.

저도 그런 날이 있습니다. 빈칸이 보기 싫어서 아예 들여다보지 않는 날요. 그러면 사흘이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그거 하다 말았지"가 됩니다.

빠뜨린 날이 문제가 아니라, 빠뜨린 날을 바라보는 눈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자리는 '어제'면 충분하다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이상하게 시작이 더 어려워집니다. 1일은 무겁거든요. 각오도 새로 해야 하고, 뭔가 거창해야 할 것 같고.

그러니 1일로 돌아가지 말고, 그냥 오늘 몫만 하면 어떨까요. 물 한 잔이면 물 한 잔, 십 분 걷기면 십 분 걷기. 사흘 전에 하던 그대로, 그 크기 그대로.

빠뜨린 날을 메우려고 두 배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밀린 숙제가 아니니까요.

루틴은 끊긴 줄이 아니라 돌아오는 자리

저는 루틴을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한 번도 끊기면 안 되는 줄이 아니라, 떠났다가도 돌아올 수 있는 자리라고요.

그러면 며칠 비운 것도 그리 큰일이 아닙니다. 자리는 그대로 있고, 나는 돌아왔고, 그걸로 됐습니다.

며칠 쉬었다고 자신을 다그치고 있다면, 오늘은 그 손부터 내려놓으셔도 좋겠습니다.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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